태평양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섬, 이스터섬 라파누이에는 인류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유산 중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모아이 석상입니다. 높이 최대 10미터,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석상들은 섬 곳곳에 세워져 있으며, 그 기원과 이동 방식은 오랫동안 고고학계의 미스터리였습니다. 섬 주민들은 전설 속에서 모아이가 걸어서 이동했다고 전해왔는데, 이는 오랫동안 단순한 신화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결과는 이 전설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 가능성을 반영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정말로 모아이 석상은 걸어서 이동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돌이 걸었다는 믿음의 전설
모아이 석상은 대체로 화산암을 깎아 만들어졌습니다. 주된 채석장은 이스터섬 동쪽의 라노 라라쿠 분화구 근처였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미완성 석상들을 보면, 장인들이 바위산에서 직접 돌을 파내어 얼굴과 몸통을 조각한 뒤 절단해 석상을 분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석상들은 대체로 긴 얼굴, 길게 뻗은 코, 깊은 눈매를 특징으로 하며, 머리 위에 붉은 화산석으로 만든 푸카오라는 모자를 얹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거대한 석상들이 어떻게 섬 전역으로 옮겨졌느냐는 점입니다. 제작된 석상은 해안가에 주로 세워졌는데, 이는 주민들이 바다를 향해 조상들을 기리고 섬을 지키는 의미를 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라노 라라쿠 채석장에서 해안가까지는 수 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와 험한 지형이 이어집니다. 무게가 10~80톤에 달하는 석상을 단순히 끌어내기에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섬 주민들은 오랜 전승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바로 모아이 석상이 스스로 걸어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 좌우로 흔들리며 한 걸음씩 나아가듯, 석상이 움직였다는 믿음이 전해졌습니다. 외부 학자들은 이를 신화적 상징으로만 해석했지만, 이 전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지며 이동 방법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2. 줄로 움직인 최신 실험
20세기 중반 이후 고고학자들은 모아이 이동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초기에는 통나무를 깔고 미는 방식이 유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스터섬은 숲이 거의 없는 황폐한 환경이었기에, 수십 톤짜리 석상을 수백 개 이상 이동시키려면 통나무가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대형 썰매나 나무 받침대를 활용해 끌어 옮겼다는 가설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무거운 석상을 이런 방식으로 옮길 경우, 석상들이 앞으로 쓰러져 부서지기 쉽다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채석장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쓰러진 석상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이동 중 사고가 빈번했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섬 주민들의 전설에 주목했습니다. 돌이 걸었다는 구전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이동 방식의 은유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하와이 대학의 고고학자 테리 헌트와 칼 리포는 2012년 직접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복원된 석상 모형에 세 개의 줄을 묶고, 양옆에서 사람들이 당겨 석상을 좌우로 흔들며 이동시켰습니다. 놀랍게도 석상은 실제로 걸어가는 듯한 동작을 보이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실험 결과, 5톤에 달하는 석상을 18명이 힘을 합쳐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석상은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앞으로 전진했으며,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이는 모아이 전설 속 걸었다는 표현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결과였습니다. 학자들은 이 방식을 통해, 모아이의 몸통이 앞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형태로 제작된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이동을 고려해 일부러 균형을 맞춘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 제시된 모아이 이동 가설 중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모아이 이동의 의미와 인류학적 시사점
모아이 이동 방식의 해답은 단순히 기술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고대 사회의 지혜와 조직력을 보여줍니다. 줄을 잡아당겨 수십 명이 호흡을 맞추며 석상을 이동시켰다는 사실은 공동체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는 모아이 건립이 단순히 조각 작업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참여한 사회적 의식이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모아이의 위치와 방향은 단순히 무작위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조상 숭배와 마을 방위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석상들은 대부분 마을을 등지고 바다를 향해 세워졌는데 이는 조상이 외부로부터 공동체를 지켜준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거대한 석상을 세우고 이동시키는 과정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사회적 결속과 신앙심을 강화하는 중요한 행사였던 것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동 중 쓰러진 석상들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쓰러진 모아이들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흔적이기도하고 당시 섬 주민들이 얼마나 대담하게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 보여줍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대규모 석상 건립이 환경 자원의 고갈과 맞물려 사회 붕괴의 한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오히려 협력과 사회적 조직 덕분에 오랜 기간 섬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모아이 이동의 비밀은 단순히 돌을 옮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 사회가 어떻게 협력하고 신앙과 과학을 결합해 거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의 이동 방식은 오랫동안 인류 최대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의 걸어다녔다는 전설과 현대 과학자들의 실험은 그 미스터리에 현실적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거대한 석상은 실제로 줄과 사람들의 협력으로 좌우로 흔들리며 걸어 이동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발견은 단순히 고대 기술의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이 상상력과 협력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해결해왔음을 보여줍니다. 모아이 석상은 여전히 고립된 섬의 신비로 남아 있지만 동시에 인류 공동체가 가진 창의성과 힘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