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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우르의 왕실 게임 – 4500년 전 사람들이 즐기던 오락

by 페이냥 2025. 9. 5.

 

약 4,5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도시를 세우며 문명을 발전시키던 그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생존만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여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오락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보드게임입니다. 바로 ‘우르의 왕실 게임(Royal Game of Ur)’입니다.

이 게임은 1920년대 고고학자 레너드 울리가 우르의 왕실 무덤을 발굴하던 중 발견한 보드판에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우르의 왕실 게임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과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었으며, 고대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늘은 이 신비로운 고대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1. 게임판과 규칙의 비밀,  2.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든 의미,  3.현대에 되살아난 우르의 왕실 게임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우르의 왕실 게임-4500년 전 사람들이 즐기던 오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우르의 왕실 게임-4500년 전 사람들이 즐기던 오락

 

게임판과 규칙의 비밀

 

우르의 왕실 게임판은 직사각형 모양의 보드판 위에 20개의 칸이 배치된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길처럼 이어진 칸이 있고, 양쪽에는 시작과 끝을 알리는 칸들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단순한 장식품처럼 보였으나, 규칙에 비밀이 있었습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주사위를 던져 말을 이동시키고, 상대와 경쟁하여 끝까지 말을 도착시키는 경기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게임의 규칙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지만, 1950년대에 발견된 바빌로니아 점토판 덕분에 조금씩 해명되었습니다. 그 점토판에는 말의 이동 방식과 특별한 칸의 기능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오늘날 학자들은 우르의 왕실 게임을 상당히 정확히 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규칙은 오늘날의 백갬몬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즉, 우르의 왕실 게임은 고대판 보드게임이자, 인류가 지금도 즐기는 게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주사위는 오늘날과 같은 육면체가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작은 조각에 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주사위를 던져 말의 이동 거리를 정했고, 특별한 칸에 멈출 경우 보너스를 얻거나, 때로는 다시 이동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규칙 같지만, 운과 전략이 절묘하게 결합된 게임이었기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 삶과 종교 속의 의미

 

우르의 왕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고 삶과 종교 속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운과 신의 의지가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운명을 시험하고, 신의 뜻을 엿보는 도구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점토판에는 특정 칸에 멈출 때의 의미가 좋은 징조혹은 불길한 징조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곧 점의 성격을 지니기도 했던 것이죠.

이 때문에 우르의 왕실 게임은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단순히 심심풀이용이 아니라, 저승길에서도 필요한 중요한 도구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가 사후 세계로 가는 여정을 이 게임에 비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이어지는 길은 곧 인생의 여정, 그리고 사후 세계로의 이동을 상징했을 수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이 사회적 소통의 장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발굴된 보드판에는 보석과 조개껍데기로 정교하게 장식된 것부터, 단순한 나무로 만든 실용적인 것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이는 이 게임이 왕과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즐겨졌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카드게임이나 체스가 계층을 넘어 사랑받듯, 우르의 왕실 게임도 고대인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였던 것입니다.

 

현대에 되살아난 우르의 왕실 게임

 

놀라운 사실은, 우르의 왕실 게임이 단순한 고대 유물로 끝나지 않았다고 현대에 되살아 났다는 점입니다. 학자들이 규칙을 복원하면서, 오늘날에도 이 게임을 실제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서는 복원된 보드판을 전시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드게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직접 제작해 플레이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영국 박물관은 이 게임을 현대인에게 알리기 위해 재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 어빙 핑켈 박사는 점토판에 기록된 규칙을 바탕으로 현대인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복원했으며, 실제로 온라인에서 규칙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우르의 왕실 게임은 단순한 고대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이 게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버전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4,5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옮기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인류가 시대와 문명을 뛰어넘어 공유하는 오락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우르의 왕실 게임은 단순한 고대 놀이가 아니라, 인류가 즐긴다는 행위에 담아온 의미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오락 속에서 경쟁과 협력, 승리와 패배를 경험하며, 동시에 운명과 신의 뜻을 엿보려 했습니다. 4,500년 전의 사람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이 작은 보드판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체스, 장기, 바둑, 카드게임,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즐겨왔습니다. 우르의 왕실 게임은 그 긴 역사의 출발점 중 하나로, 단순한 돌과 나무판 위에서 시작된 오락이 어떻게 인류 문화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혹시 여러분도 직접 이 게임을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보드 한 판과 말 몇 개만 있으면, 4,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느꼈던 즐거움과 긴장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